[취재수첩] '이창용식 소통'이 성공하려면

입력 2022-05-29 17:38   수정 2022-05-30 00:1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한 지난 26일. 한은이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시장은 조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발표 직후 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시장과의 소통이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 말대로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18% 하락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은 2원40전 오른 1267원을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도 연 2.955%로, 상승폭이 0.009%포인트에 불과했다. 금통위를 앞두고 나온 “한국도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제대로 된 ‘예방주사’가 됐다는 평가다.

취임한 지 한 달 된 이 총재는 과거 총재들과는 다른 소통방식을 보이고 있다. 금통위 의장으로 처음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는 그의 ‘친절한 화법’이 주목을 끌었다. 이 총재는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금통위 의결문에 대해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제 의도에 부합한다”고 추가 설명까지 했다. 연말 기준금리를 연 2.25~2.5%로 보는 시장 예상에 대해서도 “합리적 기대”라고 했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 한은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에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에 응했다. 그의 ‘빅스텝 가능성’ 발언은 이 자리에서 나왔다.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시대적 과제를 풀기 위해 정부와 시장, 또 민간기관과의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에 걸맞은 행보였다. 이 총재는 최근 삼성전자와도 비공식적으로 접촉했다고 한다. 반도체 사이클 변동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한 취지다.

과거 소통을 강조한 한은 총재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 내놓은 말과 다른 의사결정으로 불신을 자초한 경우가 있었다. 금리 결정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다는 의구심이 시장에 퍼지면서 한은이 ‘청와대 출장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흑역사도 있다.

이 총재의 소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기준금리 결정은 총재를 포함, 금통위원 7명의 의견을 모아 이뤄진다. 금통위가 다양한 시각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때 시장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총재는 자신의 소통방식에 대해 “과거와 패턴이 많이 다르더라도 제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좋겠다”고 시장과 언론에 당부했다. 상호 간 시행착오와 오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더욱 활발하고 꾸준한 소통이다. ‘이창용식 소통’이 한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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